당연하게도 ‘아름다워서’라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 어느 누가 형을 보고 ‘예쁘다,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누가 형의 아름다움을 형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 형을 두고 ‘아름답지 않다’고 한다면 나는 그를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승훈아!”
“왜요, 형?”
“너 저번에 쓴 카메라 앱 뭐라 그랬지?”
“그거 그 때 형이 깔아 달라고 해서 깔아 줬잖아요.”
“아 그랬나? 헤… 어디 있지?”
“줘 봐요.”
하지만 누군가 형을 두고 ‘아름답기만 하다’라고 한다면 나는 그 사람과는 긴 얘기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아 찾았다! 고마워.”
형은 그냥 존재 자체가 매력이니까. 형은 형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그냥 전부 다른 사람을 끌어 당기도록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다. 형의 사랑스럽지 않은 면을 나는 아직까지 단 하나도 찾지 못 했다.
“승훈아.”
방까지 와서 카메라 앱을 묻던 형은 나가다 말고 돌아와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는 내 옆을 스쳐 내 침대에 벌렁 드러 누웠다.
“왜 나가다 말고 도로 와요?”
“넌 왜 사진 안 올려?”
생긴 것도 왕자 같아서 어린 왕자 같은 짓만 한다. 내 질문엔 대답하는 법이 없지.
“그냥요. 신비주의?”
“내가 생각해 봤는데…”
간지럼 태우는 척 하고 싶다. 가까이 갈 구실이 없으니까 그냥 장난이라도 쳐볼까. 조금 짓궂게 간지럼 태워도 받아 주겠지. 형은 착하니까.
“생각을 하긴 뭘 해요.”
머리를 털던 수건으로 형의 양손을 살짝 감아서 모아 잡고 한 손으로 옆구리를 간지럼 태우기 시작했다. 누워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형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아, 예뻐. 예쁘다. 찡그려도, 웃어도, 다 예쁘다. 예쁘다는 말이 너무 흔하고 멋 없어서 다른 표현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쉽지 않았다. 형은 존재가 예쁜 사람이어서.
“승훈아 그만 그만!”
사실은 빠져나갈 수 있는데도 그냥 웃으며 져 주는 착한 내…
“읏차.”
간지럼을 멈추고 양손을 잡아 일으켜 주니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얌전히 일어나… 는 줄 알았는데 그대로 팔을 목 뒤로 와락 둘러 안겨온다.
“되게 비싸게 구네, 이승훈.”
형의 체온으로 인해 따뜻해지는 느낌마저 예쁜 것 같아서 비죽, 웃음이 나려 했다. 허리를 마주 안으니 말 그대로 가슴이 벅차는 것 같았다.
“내가 뭘요.”
“내가 뭘요?”
“응. 내가 뭘?”
“에이. 이건 좀 재미 없거든.”
안은 품을 장난스럽게 좀 더 꽉 끌어 안았다.
“으유, 진짜!”
“아 숨 막혀! 갑자기 왜 그래!”
“그러게 누가 그렇게 예쁘래요?”
“그럼 안 보면 되지.”
무심한 표정을 짓더니 어깨 위에 고개를 올려 놓으며 안겨왔다.
“이렇게 하면 안 보이지롱.”
“아… 이러면 반칙이죠.”
“에이. 반칙은 무슨!”
“벌써 보고 싶으니까.”
“됐고 아무튼.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너 그거 찍어 올리자.”
“그거요?”
몸을 살짝 떼어서 얼굴을 보며 묻자 역시나 예상한 그대로 솔직하게 진지한 표정이다. 정말로 나를 위해서 생각을 해 봤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진실함.
“응. 너 문신.”
“문신이라고 하니까 무슨 조폭된 거 같다.”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니 눈이 동그래진다. 왜 뭐가, 뭐가 웃겨? 하는 눈도 예쁘네.
“타투. 타투라고 하잖아요, 요새 보통.”
“에이. 그거나 그거나. 그게 그 뜻 아냐?”
“응. 맞는데. 그래도.”
이마를 콩, 하고 맞대 본다.
“아.”
“안 아프면서 엄살은.”
“찍자, 찍자, 응? 찍는 거다?”
“알았어요. 그럼 샤워하고 나오면 형이 찍어줘요.”
“그래!”
“씻고 올 테니까 여기서 잠들지 마요.”
“알았어. 빨리 갔다 와.”
김진우라는 신비로운 우주를 언제까지나 곁에 두고 싶은 이 감정에 속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나의 욕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 모든 욕심이 뒤엉켜서 의욕만 앞서 정작 중요한 것을 망치지 않기 위해 나는 1번을 정해 두었다. 조급해 한다거나 불안하거나 걱정하게 하거나 하는, 관계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가능한 한 하나도 느끼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는 욕심, 그게 바꿀 수 없는 1번이다. 물론 실패할 날도 수없이 많겠지만 그래도 내 욕심이자 다짐으로 매 순간 욕심을 부려 보려고 한다. 이런 내 사랑이 심심하고 재미 없다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이럴 줄 알았어. 잠 자는 승훈이 방의 공주님도 아니고.”
“왔엉? 빨리 찍자. 일로 와 봐. 나 너 씻는 동안 어디서 찍을지도 다 생각해 놨어.”
“어떻게 할까요, 작가님?”
“자자자자자자, 여기 서 봐. 여기가 조명이 좋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진지한지.
“찍었으면 보여줘요, 형.”
“어, 잠깐만. 근데 승훈아.”
등 뒤에서 갑자기 어깨에 고개를 올려 올려다 보더니 곤란한 것을 부탁할 사람의 표정을 띄고 있었다.
“응?”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같이 엄청 곤란한 표정을 지어 주었더니.
“나 너 어깨 한 번만 깨물어보면 안돼? 되게 맛있게 생겼어. 약간 그… 쫀득하고 그거 있잖아, 그거.”
“마시멜로?”
“어, 그거. 달고 보들보들한데 약간 말랑하고.”
“무슨 소리예요. 아! 와, 진짜 깨물었어! 뭐예요, 형.”
“아, 음… 달진 않네. 그래도 짜진 않다, 야. 억울하면 너도 내 어깨 깨물어.”
음… 1번 욕심보다 앞에 0번 욕심이 있었던 거 같다.
“... 그 말 무르기 없기예요.”